입원 4일차 (MRI 촬영)
조금씩 움직일 수 있어서 일요일 밤에 기쁜 마음으로 잠들었는데,
아침에는 허리 쪽이 많이 무거워서 좀 절망했었다. 또 아픈가해서..
목발 짚고 천천히 걷는다기 보단 발을 끌며 걸었고,
특히 왼쪽 다리를 움직일 때 좀 많이 불편했다.
왼쪽은 딛으면 약간 찌릿한 느낌이 나서 거의 딛지 못했다.
그래서 여전히 휠체어를 자주 사용했다.
전엔 계속 허리 전체가 뻣뻣하게 굳어 있고
가끔 꼬리뼈가 땡겼는데,
이 날은 허리는 무겁고
꼬리뼈쪽은 여전히 땡기고,
척추가 아닌 척추 옆부분과 엉덩이와 다리부분이 결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통증 정도는 4-5정도?
늦게 찍을까봐 걱정했는데 그래도 오전에 바로 MRI를 찍으러 갔다.
잘 걷지 못해서 휠체어를 타고 갔는데,
베테랑 할아버지 간호사 선생님이
엄청난 속도로 휠체어 운전을 해주셨다.
간단한 내 건강상태에 관한 문답을 작성하고
내 촬영을 기다렸다.
피어싱이랑 반지랑 다 빼고 문답에 대해 잠깐 의사선생님과
대화를 한 후 기계가 있는 방으로 입장.
하지만 두둥.
텔레비전이나 영화에서 보던 MRI는 위의 그림처럼 누워서 들어가는 형태라
MRI 찍으러 가는 건 별로 무서움이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 병원에 있는 기계는
이런 형태의 MRI 기계였다....
게다가 누운 채로 누군가 침대로 옮겨주는 것도 아니고
내가 직접 올라가야한단다...
지금 걷지도 잘 못하는 사람한테...
또 다시 독일 병원이 나에게 심각한 과제를 선물했다.
사진에 화살표로 표시해둔 곳에 계단이 있는데,
딱 봐도 내가 못 올라갈 거 같으니 높은 의자를 가져다 준다고 했다.
그래서 휠체어에서 높은 의자에 바꿔 앉고 높은 의자에서 엉덩이로 조금씩
움직여 겨우 누웠다.
그럼 촬영 기사님이 허리 쪽에 반원 형태에 플라스틱을 끼우고
귀에는 헤드폰을 끼워준다.
혹시 문제가 생기면 누르는 버튼? 같은 걸 손에 쥐어주는데
코로나라 마스크 끼고 누웠는데 마스크 안에 철이 걱정되서 시작 전에 한 번 눌렀다.
허리쪽 찍는 거라 그런지 마스크 철은 괜찮다 하시고 나갔는데
뭔가 촬영 범위가 잘 맞지 않는지
두 세번 허리 쪽에 두르는 플라스틱을 몇 번 바꾸고
촬영이 시작됐다.
촬영은 뭐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예전에 락콘서트를 갔을 때 앰프에서 나오는 소리에
온 몸이 둥둥둥 거리는 느낌이랑 비슷하단 생각을 했다.
헤드폰에선 아무 노래도 안 나왔는데
그냥 이게 드럼 소리겠거니 생각하고 약간 소리를 감상했다.
왜냐하면 소리가 몇 분마다 바껴서 정말 음악 같았기때문에 ㅋㅋ
오히려 MRI 찍는 것보다 다시 기계에서 내려가는 게 더 걱정되었다.
그래도 첨에 해봤다고 또 엉덩이로 슬쩍 슬쩍 움직여서 겨우 내려왔다.
기사님이 다시 휠체어 전문 드라이버 할아버지 쌤을 불러주셨고,
다시 병실로 올라갔다.
병원에 금요일 오후에 실려 가서 바로 MRI를 못 찍었는데,
오히려 좀 시간이 지나고
움직일 수 있었을 때 MRI를 찍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거동을 잘 못하는 환자가 직접 기계에 올라가야하는....
거친 독일...
어쨋든 밥 먹고 나니 이 날은 의사쌤들이 많이 방문 했다.
아침 회진 때 MRI도 찍고 치료사 선생님들이 온다고 하더니
정말 오긴 왔다..
드디어 제대로 된 진찰을 처음 받아본 것이다..
우선 여기저기 만져보며 꾹 누른 상태에서
움직여 보라고 하며 어디가 아픈지를 체크했다.
난 특히 엉덩이 쪽이 아주 아팠는데,
지금 근육이 매우 긴장된 상태라고 해서 우선은 근육을
이완시켜야 한다고 그래서 약을 바꿔주었다.
강한 진통제는 사라지고 근육 이완제가 하나 추가되었다.
그리고 뭔가 처음보는 명상 프로그램 같은 걸 해주는
심리 선생님도 오셨다.
아침에 나는 통증 관리를 받고 있는 거라고 제일 높은 의사가
말해주었는데 그것의 일환이었다.
머리부터 발 끝까지 몸에 긴장과 이완 상태를 반복하며
이완 상태를 익히게 하는 그런... 치료였다.
그렇게 바쁘게 하루가 가고..
저녁 즈음에는 휠체어 아예 안 타고 왼쪽에만 목발을 짚었다.
여전히 왼쪽은 딛는게 수월하지 않고 찌릿한 느낌이 나는데
오른쪽은 많이 쓸 수 있었다.
입원 5일차
이 날은 당연히 MRI 검사 결과를 받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받지 못해서 하루종일 빡이 쳐있었다. 하하.
통증은 많이 좋아졌는데
여전히 뭔가 허리에 받쳐져있지 않으면 앉을 수 없었다.
왼쪽 다리도 불편하고...
아침 회진때 이에 대해 얘기했지만,
대답은 신경외과 의사가 올 거라는 이야기만....
그러나 신경외과 의사가 오기로 했는데 오지 않았고,
운동치료를 하는 선생님만 따로 왔다.
와서 운동 하나를 가르쳐줬다.
1. 침대에 무릎을 세우고 눕는다.
2. 발 뒷꿈치를 세운다.
3. 엉덩이와 허리는 침대를 꾹 누른다. (틈 없이 밀착하는 느낌)
4. 그 상태에서 발꿈치로 침대를 꾹꾹 번갈아가며 누르라고 했다.
지금 나는 근육이 많이 긴장된 상태라
이 운동이 근육 이완에 엄청 도움이 될 거라고
하루에 몇 번이고 계속계속하라고 강조하고 갔다.
운동을 계속했는데
아주 드라마틱한 효과는 없었는데
저녁즈음 되니 좀 나아져서 왼발을 딛는 것도 전 날보단 수월해짐을 느꼈다.
앉았다가 일어설 때, 아니면 허리에 힘이 들어갔을 때
꼬리뼈가 빠지는 듯한 통증도 많이 사라졌었다.
확실히 아침에 상태가 제일 안 좋고
잘 때즈음 상태가 호전되는 걸 느꼈다.
이 날까지도 나는 치료 선생님들이 다 근육 얘기만 강조해서...
다행히 디스크는 아닌가보다하고 안심하고 있었다.
하하
입원 6일차
아주 많이 호전됨을 느낀 날이다.
물론 오전 회진에서 또 내 결과에 대해 의사 선생님들은
이야기해주지 않았고...
그저 또 신경외과 의사가 올 거란 얘기만 들었다.
이 날은 오전에 치료선생님이 와서
통증 상태를 물어보고 물리치료를 받으러 가라고 했다.
같은 병원 위층에 올라가야 하는데
이 날은 걷는데 익숙해지고 왼발을 딛는 것도 나아져서
목발만 짚고 간호사 선생님 도움 없이 혼자 올라갔다.
이 날 목발을 짚고 올라가서 밖을 바라보는데...
얼마나 울컥하던지.....
뭔가 병원에 있는게 새삼스레 꿈 같았다..
교통사고 같은게 난 것도 아닌데..
갑작스레 쓰러져서 계속 잘 걷지도 못하고
여전히 절뚝거리는 날 보는게 다 꿈 같았다.
계속 병실안에 고립된 채
(코로나로 면회도 한정되어 있었고, 남편도 올 수 있는 상황이 되지 못했다)
누워만 있다가 혼자서 걸어보니
괜스레 내가 아픈게 갑작스레 실감이 나서 급 센티멘탈 해졌었다.
물리치료는 따뜻한 찜질팩 위에 누워있는게 다였다...
물리치료 선생님이 나에게 내 MRI 사진을 봤다며
아주 나쁜 거 아니야~ 이렇게 얘기해줘서
난 또 그냥 안심하고 있었다...
그래도 이 날은 혹시 허리나 왼쪽 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급작스런 통증이 올까봐 목발을 들고 다니긴 했는데
짚지 않고 다녀도 될 만큼 호전되서 기분이 좀 좋아졌었다.
조금씩 나아지는구나 싶어서...
여전히 왼쪽 다리를 절뚝거리긴 했지만,
여기저기 와이파이를 찾아 돌아다니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이 날은 샤워도 했다.
샤워에도 많은 사연이 있지만
어쨋든 일주일만에 샤워를 할 수 있었고
간호사 선생님들 도움 없이 혼자 할 수 있었다.
물론 종아리나 발을 씻는 건 어려웠지만
앉아서 속옷도 혼자 입고 옷도 혼자 갈아입을 수 있었다.
최대한 허리를 구부리지 않고
허리를 세운채로 눈으로 아래를 보지 않고
손만을 이용해서...
샤워하고 친구와 통화하고 있으니
오후 네 시 경에 드디어! 신경외과 선생님이 왔다.
그리고 내가 디스크라고 병명을 바로 직구로 말해주셨다.
(이렇게 간단하게 말할거면 왜 ㅋㅋ 다른 의사선생님들은
계속 기다리라고만 한건가.)
근육문제라고 믿었던 나에게 굉장히 충격으로 다가왔지만,
더 충격인건 파열 상태가 크다는 거.
그래서 수술을 고민했는데 신경외과 측에서
수술까진 안 해도 된다고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하지만 파열 상태가 크기 때문에 다시 이러한 통증이 찾아오는
일이 생기면 무조건 수술해야 하니 조심하라고 몇 번이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허리 통증이 올 때
발꿈치로 발을 들어보고
까치발로도 발을 들어보는 걸 해보고
한 쪽 발이 힘 없이
툭 떨어지면 무조건 응급실로 오라고 신신당부 했다...
그리고 나서 바로 다른 내 담당과 의사쌤이 또 와서 (나는 사고 외과 담당이었다)
디스크에 대해 한 번 더 설명을 해주며
여기선 통증 치료만 할 수 있다,
우선 통증이 나아져서 걸을 수 있으면 퇴원을 할거라고 알려주었다.
이 날은 디스크 확진을 받은 것이 뭘 의미하는지
잘 생각하지 못 했고, 그냥 입원 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얼른 퇴원했음 좋겠단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염원이 강렬해서였을까...
저녁부터 확실히 통증이 더 좋아졌고,
(통증 정도 평소엔 1-2, 가끔씩 징-한 통증 3)
이 날 저녁부턴 임시방편으로 들고다닌 목발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다.
제일 걱정되던 허리 힘으로 허리를 세우지 못하던 것도
오후부터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의사 선생님 얘길 들을 때도
잠시 동안은 침대에 걸터 앉아서 들을 수 있었고
밥을 먹을 때도 침대에 완전 기대지 않아도,
다시 말해 허리를 세워도 통증이 많이 느껴지지 않았다.
입원 7일차
아침에 컨디션이 좋았고, 오늘 퇴원했음 좋겠단 생각 뿐이었다.
이 때 상태는 천천히 걷긴 하지만
절뚝거리는 정도도 많이 나아졌고
기대지 않아도 앉아 있을 수 있었다.
누워 있거나 움직일 때도 극심한 통증은 생기지 않았다.
약간 아린 듯한 3 정도의 통증이 올 때도 있긴 했지만
그럴 때는 바로 통증이 오는 자세를 다른 자세로 바꿨다.
아직까진 언제 어떻게 해야 이런 아린 통증이 생기는지 몰라서
나무늘보처럼 느릿느릿 행동했다....
어쨋든 그러한 나의 상태를 설명하니
그럼 앉아 있을 수 있고 걸을 수 있으니 퇴원합시다란
말이 떨어졌고
오늘인지 내일인지 내가 선택하라고 해서
난 당장 오늘 퇴원할 거라고 이야기해서 바로 퇴원 허락! 수속!
아침 9시에 밥 먹자마자 퇴원할 수 있었다.
병원에 있을 때 먹던 약은 계속 똑같았다.
앞서 언급한대로 한 번 강한 진통제를 월요일 오후부터 안 먹은 거 말고는
계속해서 똑같은 약을 먹었다.
하루에 네 번. 소염진통제와 근육 이완제, 그리고 염증 완화제.
퇴원할 때도 같은 약을 받았다.
퇴원은 친구 차를 타고 이동했는데
차를 탈 때 몸을 숙이는게 조금 무섭고 불편하긴 했지만
무조건 나무늘보처럼 천천히 움직이면서 타니 통증도 문제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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