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디스크 일기 001. 디스크 파열 이전 허리 상태
솔직히 허리디스크 파열은 남 일인 줄...........
생각했던 나...
한국인들 중에 허리 안 아픈 사람이 없는데 ㅋㅋ
특히 나처럼 계속 책상 앞에만 앉아 있는 학생들이나
사무직들에게 허리 통증은 일상인데...
그렇게 누구나 다 이 정도는 아프다고 생각하고 살았었다...
하지만 정말 꼼짝도 못할만큼의 인생 최대 고통을 느끼며
병원에 실려가고 보니...
게다가 결국 디스크 파열이라는 진단까지 받으며 거동조차 못하는 경험을 하니...
예전 나의 허리 상태와 통증이 평범한 듯 보였지만,
사실은 위험 신호를 계속 보내는 것이였구나...
그리고 나는 그 신호를 간과하고 있었구나란 후회가 들었다.
그래서 나의 경험담과 통증 양상에 관한 정보를 나눠서,
일상에서의 허리 통증을 가볍게 보지 않았으면 하는 경고의 메시지와 함께
나의 보존 치료+통증 기록까지 남기고자
블로그에 쓸 거라곤 상상도 못한
웃픈 허리디스크 보존치료 카테고리를 추가...! 했다.
발병 전 허리 상태 & 증상
나의 허리 통증 역사를 서술하기 위해선,
우선 고2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한다.
고3을 앞두고 거의 매일 새벽까지 독서실에 있던 나는
아침에 학교에서 실내화를 갈아 신는 도중
허리에서 시큰하는 고통을 느낀 후
앉거나 일어서는 기본적인 자세도 못할 정도로 통증이 계속되었었다.
엄마랑 온갖 정형외과와 한의원을 돌아다니다가
디스크 초기라는 진단을 받고 침 치료를 받으며 정상 생활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 때는 전문 병원도 많이 없어서
요즘처럼 디스크 의심되면 MRI를 찍거나 하는 건 매우 드문 일이었다.)
그 당시 온갖 병원에 다 가서 사진 찍고 물리치료 받아봤지만
효과 있었던 건 오히려 한의원 침치료였다.
침 한 번 딱 맞고 통증이 정말 크게 사라졌고
그 이후로는 아주 크게 아픈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허리는 소소하게 계속 아팠었다.
이십대때에도 PT 받으면 항상 트레이너가 허리가 약하다고 지적했었고...
(심지어 가끔 심심풀이로 사주 보러 가도 허리 힘이 안 좋다고 ㅋㅋ)
우선 조금만 많이 걷거나 서 있으면 다리보다 허리가 너무 아팠다.
여행을 다닐 때도 미술관 같은 곳을 갈 때도
허리때문에 무조건 한 두시간에 한 번씩은 앉아서 쉬어야만 했고,
특히 미술관처럼 걷는 것보다 가만히 서 있는 자세를 계속하는 곳에선
거의 30분만 있어도 허리가 뻐근하게 아프기 시작해서
자주 앉아야만 했었다.
(넘 오래 서 있어서 아플때마다 앉으면 좀 괜찮아졌는데,
이번에 디스크가 터지고 나서 알아보니,
허리 디스크가 안 좋으니 주변 근육이 무리가 가서
허리 전체가 뻐근하게 아프게 되는데
이럴 때 구부정하게 앉게되면
일시적으로는 근육이 이완되면서 좀 편안하게 느껴지지만
오히려 디스크에 무리가 가게 하는
악순환이었더라...........)
근데 그럴수록 자세를 좋게 해야하는데
허리가 너무 아프니깐 틈만 나면 앉아버리거나 짝다리를 짚거나 구부정하게 있거나
그런 적이 많았다.
한국에서 밖에 오래 있었을 때는 지하철 기다리는 게 너무 고통이었던 기억도 있다.
그러니 항상 노인들처럼 의자가 있으면 무조건 앉으려고 했었다.
또 한 가지 날 힘들게 했던 것이 골반 통증이었다.
공부하면서 오래 앉아 있거나
아니면 오래 서 있거나 걸었을 때 등등
그리고 생리통까지..
언제부턴가 피곤하면
허리를 지나 골반 주변부로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스트레칭이나 폼롤러로 풀어주면 잠깐 좋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몇 년 간 계속 아파서 무조건 골반 스트레칭, 햄스트링 스트레칭 뭐 이런 걸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열심히 했지만 사실은 허리 문제였었구나란 생각이...
몇 번의 노란 신호
지금 생각해보면 앞에 말한 증상들이
허리 디스크 관리를 해야한다는 신호였는데..... 넘나 이걸 무시하고
(최근 가장 맹신하고 있는 서울대 정선근 교수님의 설명에 따르면)
아플 때마다 오히려 허리에 안 좋은 스트레칭과 운동을 해왔던 것 같다.
특히 병원에 실려가기 몇 달전부터 전조증상이 있었다.
작년 11월부터 누워있는 순간에도 욱신거리는 허리 통증이 와서
잠을 못 잘 정도인 날들이 있었다.
이럴 때는 일주일간 걷는 것도 힘들 정도로 잘 움직이지 못하다가
일주일 정도 쉬고나면 다시 조금씩 괜찮아지던 것이 한 달에 한 번 꼴로 있었다.
이 때 통증은 허리가 시큰시큰 거리는 통증?
발을 딛고 움직일 때마다 고통이 심해서 걸을 때도 절뚝거리며 걸었고,
쿡쿡 쑤시는 골반 통증도 함께 있었다.
특히 누워 있을 때 잠을 못 잘 정도로 아팠는데....
이럴 때마다 유튜브 보면서 장요근 스트레칭, 요방형근 스트레칭,
햄스트링 스트레칭 등등 다 해봤지만..
나아지는 건 없었다.
처음 아팠던 11월에는 폼롤러로 하는 장요근 스트레칭으로
효과를 보긴 했지만 그 다음부터는 모든 스트레칭이 효과 없었다...
하지 직거상 검사
이 곳 저 곳 아픈 곳이 많은 나는
(한국에 있을 때) 병원을 자주 다닐 수 밖에 없었어서,
거기서 주워들은 야매 건강 지식이 좀 있다.
고등학교 때 디스크 초기 진단을 받았기 때문에
디스크에 대해서도 사실 모르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허리가 아플 때마다
남편과 함께 하지 직거상 검사를 몇 번이고 했었다.
근데 특이하게도 하지 직거상 검사를 할 때마다
각도가 크게 잘 올라가서..
다행히 허리디스크는 아니겠지라고 안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나에게 크나큰 고통과 트라우마를 줄 거라곤...)
그리고 아플 때마다 1주일 정도 쉬고나면 괜찮으니
단순 염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선 급성 통증에 좋다던
허리보호대를 구입해서
통증이 있어서 걷기 힘들 때,
청소를 할 때 등등 자주 착용했었다.
하지만 크게 나아지는 건 없이
한 달에 한 번 꼭 1주일씩 앓아 누우며
스트레스는 극도로 올라가고 있었다.
생활 습관
아프고 나서 곱씹어보니
내 허리에 독이었구나 했던 생활 습관이 두 가지 있다.
우선, 쭈그려 앉아서 청소하는 거!
나는 청소에 엄청 집착하는 성격이라
욕실 주변을 쭈그려 앉아 샤워 후 매일매일 핸디청소기로 밀고
건식 욕실이라.. 항상 물티슈로 바닥을 닦고.. 물론 쭈그려 앉아서..
변기도 더러운 걸 못 봐서 항상
향균물티슈와 청소 세제를 매일 사용해서 청소했다.
욕실도 일주일에 한 번씩 청소하고..
통증이 한 달에 한 번씩 계속되면서
통증이 오는 패턴을 생각해보니
1주일에 한 번 정도 크게 집청소를 하는데,
그 후에 통증이 심하게 오는 것 같아서
그 이후로는 강박을 내려놓고 남편이랑 함께 하려고하고
(청소를 포기는 못함...)
바닥을 구석구석 닦기에 밀대가 시원찮다고 생각했지만
그냥 밀대로 대충 닦기로 결심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었다.
그리고 공부할 때도 허리에 매우 안 좋은 습관을 갖고 있었다.
허리가 아파도 작업을 쉴 수 없으니,
책상에 앉는 시간이 많은데..
특히 11월부터 계속해서 작업 할 일들이 많았었다.
그 말인 즉슨 책상 앞에 앉아 있던 시간이 엄청 길었었다.
그런데 이렇게 작업을 시작하게 되면
한 번 앉을 때 집중 깨지는 게 싫어서
허리가 아프거나 골반이 아프더라도
내가 목표한 시간을 채우려는 습관이 있고,
특히 데드라인이 다가오면 무조건 내가 계획해놓은 시간에
딱 앉아서 (무리하게 잡아놓은) 계획 분량을 마치도록
나를 채찍질 하는데....
성과?를 내기 위해선 좋은 습관이었을지는 몰라도...
허리가 다치고 나니 이것보다 안 좋은 습관이 없었다............
무조건 한 번씩 일어나거나 자세를 바꿔줘야 하는데...
주구장창 앉아있고..
심지어 허리가 안 좋은 상태에서 앉아 있으니
허리는 계속 무너진 상태로 하루 종일.................
지금 생각하면 너무너무 후회된다.
(그러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은 제발 그러지 마세요)
과거의 나를 되돌아보니
이 두 가지 습관이
허리에 가장 무리를 줬던 습관이었던 것 같다.
물론 몇 달동안 아플 때
만약 한국에 있었더라면 무조건 병원에 갔을텐데...
(잔병이 많아 무조건 병원에 꼬박꼬박 잘 다님)
독일은 이 정도로 아픈 거는 주치의(가정의)한테 가서 소견서를 받고
그걸 들고 정형외과든 신경외과든 가야하는데....
최근 코로나 상황으로 예약도 힘들고.....
병원 힘들게 찾아가더라도
젊은 사람이 이 정도 통증 정도면
우선 무조건 집에서 쉬라고 했을거라고 생각한다...
(병원에 입원해 보고나서 이 생각은 확신으로...)
어쨋든 그래서 이러한 나쁜 습관과
통증 신호를 무시하고 살다가 결국 3월에 나는 응급실로 실려가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