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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여행 추천: 템펠호프 Tempelhof

사월의소피 2021. 2. 13. 05:20

 

 

Berlin-Tempelhof 

 

▶가는 길: S반/U6 Tempelhof 역 하차

          or U8 Leinestraße 역에서 하차해서 10분-15분 정도 걷기

 

 

 

카페 Roasters 추천 글에서 언급했던 템펠호프 공원 Tempelhofer Feld

원래 테겔Tegel 공항과 더불어 서베를린의 공항이었던 곳인데.

2008년도에 공항이 폐쇄된 후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전시나 영화촬영 같은 목적으로 쓰이기도 하고, 스포츠 경기를 위해 사용된 적도 있다고 한다. 

2015=16년도엔 격납고에 컨테이너를 설치해 난민 캠프로 쓰이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베를리너들에게 템펠호프는 날씨 좋은 날 운동하고 가족들과 소풍 오기 좋은 곳으로 애용되고 있다.

 

 

 

 

 

공항이었던 곳이라 부지가 굉장히 넓다. 티어가르텐처럼 나무들이 울창한 공원이 아니라 넓게 펼쳐진 잔디밭과 아스팔트 활주로로 이루어져 있다. 주택가 한가운데 이렇게 뻥 뚫린 평원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게 매우 좋았다. 워낙 겁이 많아 여기서 자전거나 보드를 타보진 않았지만, 자전거나 스케이트 보드를 잘 타는 분들은 빵빵 뚫린 활주로를 달리는 것도 정말 재미있을 것 같다. 실제로 여기서 운동하는 사람들 정말 정말 많다.

 

 

 

 

 

주택 부족난에 계속해서 시달리는 베를린이지만 이 곳을 택지로 개발하지 않고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남겨두고 있는 것도 구 서울시민으로서 항상 신기하기도 했다. 그래서 이 내용을 한 번 찾아봤더니 역시 공항 폐쇄 후 일부 공간은 택지로 개발을 시켰고, 나머지 공간 또한 택지, 상업용 건물, 도서관, 박람회장 같은 것을 건설해 재개발하는 계획이 있었다. 하지만 반대 시위가 계속되었고, 결국 2011년 국민투표를 해서 현재의 모습을 유지하며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남겨두는 것으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햇빛이 나기 시작하면 조금 춥더라도 사람들이 항상 몰려든다. 하지만 매우 넓은 곳이라 서로 간의 거리를 유지하며 충분히 여유롭게 산책할 수 있다. 하지만 날이 따뜻해지기 시작하는 5월부터 주말에 링반을 타고 템펠호프Tempelhof역으로 가면 가는 동안 전철 안이 상당히 붐빌 것이다. 대부분 템펠호프 역에서 우르르 내림. 특히 (물론 코로나 이전에...) 친구들과 가족들과 함께 모여 그릴 파티를 하기 굉장히 좋은 곳이라 더워지기 직전까진 아주 핫스팟이다. 약간 타이밍 잘못 타면 고기 굽는 연기 실컷 맡고 온다.......ㅎ 

어쨌든 날씨 좋을 때는 U8 라이네슈트라세Leinestraße역으로 가서 조금 걸어가는 것도 혼잡한 링반을 피하기엔 좋은 선택일지도... 

 

 

 

 

 

연날리기 핫플레이스다. 가을엔 연날리기 대회도 열리는데 온갖 연들이 다 등장한다. 우연하게 토요일에 템펠호프 공원을 갔는데 평소보다 정말 많은 사람이 있길래 찾아봤더니 연날리기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연 날리는 걸 좋아하는 독일인들이 은근히 많다. 어릴 때 부모님들과 연 만들어서 날리는 게 전형적인 어린 시절의 향수 중 하나인 듯하다. 어쨌든 봄 가을 말고도 연 날리는 사람들은 템펠호프에 항상 상주한다.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연 날리기를 가르쳐 주며 가족 간의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지만, 고수의 향기를 풍기며 혼자서 엄청 특이한 연을 여유롭게 날리는 사람들도 많다. 

 

 

 

동물 친화적인 도시답게 강아지를 풀어놓을 수 있는 공간도 있다. 사진 너머 잘 보면 멍멍이들이 씬나게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서로 인사하고 뛰어놀고 정말 정말 즐거워 보인다. 한국에 갈 때마다 어디든 우리 집 강아지님과 함께 다니려고 하는데 갈 수 있는 곳을 찾기가 정말 정말 어렵다. 그럴 때마다 대부분 어디든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독일 강아지들이 생각난다. 자유롭게 어디든 다니는 독일 강아지들을 보면 우리 집 강아지가 생각나고. 한국도 점점 함께 다닐 수 있는 곳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물론 그전에 반려동물의 올바른 문화 정착이 선행되어야 하지만. (물론 베를린의 반려동물 문화, 특히 강아지 산책 문화는 고쳐야 할 점이 많기도 하다......... )

 

 

 

 

근데 주의할 사항이 있다면 정말 정말 넓고 앉을 수 있는 벤치도 거의 없다. 그래서 간다면 반드시 피크닉용 매트 같은 걸 챙기는 게 중요하다. (독일 사람들은 그냥 앉기도 하는데......... 위생상 잔디밭 조심해야한다 ㅠㅠ ) 그리고 매우 넓으니 산책할 생각으로 간다면 편한 신발 신어야 한다. 정말 정말 넓다 ㅎㅎ 한 번 진입하면 전철로 다시 가는 것도 한 세월. 아님 자전거와 함께 하는 것도 좋은 방법. 하지만 독일에서 자전거 타는 건 생각보다 정말 어렵다. 자전거 도로는 많고 환경은 좋은데 규칙을 잘 모르면 거친 자전거족들에게 욕먹고 상처 받기 딱 좋다.... 자전거 타는 규칙을 잘 모르거나 서투신 분들은 공원 안에서만 씬나게 타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나무도 거의 없어서 햇빛 피할 곳도 없다. 독일의 햇빛은 매우 강하기 때문에 햇빛 대비책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만약 더울 때 간다면 더더욱.) 

 

그리고 이건 독일 어디나 마찬가지이긴한데 먹을 걸 팔거나 하는 곳은 정말 없다. 입구 쪽에 작은 카페? 커피 트럭? 같은 것만 아주 드물게 있고, 아이들이 많은 피크닉 시즌에는 아이스크림 트럭이나 솜사탕을 파는 사람들이 간혹 있지만 다른 건 절대 없다. 먹을 걸 중시하는 한국에선 있을 수 없는...........ㅋㅋ 그러니 배가 고프면 꼭 먹을 걸 사 갖고 가시길! 그래서 난 항상 로스터즈에 들러서 커피 한 잔 사 들고 산책 가곤 했다. 아님 돌아가는 길에 로사 카니나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거나 ㅋㅋ (반드시 무언가 먹어야 하는 나) 

 

베를린 여행 일정이 촉박하다면 사실 도심에 있는 곳도 아니고 딱히 볼거리! 같은 것들이 있는 건 아니라 추천할 순 없지만, 짧게 베를린 살이 같은 장기 여행을 하시는 분들에겐 정말 추천하는 곳이다. 노이쾰른에 숙소가 있다면 운동을 템펠호프에서 해보거나 석양이 질 무렵 산책을 하며 베를린 사람들의 일상을 함께 경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공간이라고 생각한다.